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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25. 운현궁, 골드스타 G7, 후지 W 포토 200 운현궁에 가만가만 오래 앉은 날. 2016.9.25. 운현궁 골드스타 G7, Walgreen 후지 W 포토 200 캐논 FD 50mm F1:1.8 렌즈 2016. 10. 6.
2016.9.25. 운현궁, 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 플러스 200 운현궁에 오랜 시간을 앉았다. 발길이 적은 뒤쪽 한곳에 오래 앉아 흐드러지게 열린 감을 보고 단청을 하지 않은 서까래를 보고 혼자 놓인 작은 아기 꽃신을 보고 노래를 들었다. 일곱 시가 되고 문을 닫을 때까지 조용히, 가만히, 납작히, 오래 앉았다. 2016.9.25. 운현궁 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 플러스 200 캐논 FD 50mm F1:1.8 렌즈 2016. 10. 6.
2016.9.24. 하늘공원, 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 플러스 200 조금 휘청거린 날이었다. 안에 있으면 더 가라앉을 것 같아 밖으로 나왔다. 억새길이 좋다 좋다 했던 오래 전 기억이 나 하늘공원을 걸었다. 아직은 덜 피어난 억새와, 서로를 찍고 또 찍는 사람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들. 멀리서 쿵쿵 울리는 노랫소리. 지는 해. 물드는 강. 걷는 일로 중심을 조금씩 찾아간다. 아그파의 색이 부쩍 좋다. 서른의 오르내리는 날들을 찬찬히 걷고, 챙겨 담는다. 2016.9.24. 하늘공원 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 플러스 200 캐논 FD 50mm F1:1.8 렌즈 2016. 10. 5.
다시 마주하고 웃게 될까 코끼리를 갖고 싶었다. 만 원에 네 장 하는 캔버스천 에코백을 사고 수를 놓았다. 가까이서 보면 엉성한 간격에 허술하지만 듬직한 코끼리 하나 곁에 둔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괜찮았다. 옛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버스에 앉아 코끼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으며 옛 시간들을 생각했다. 조금씩 꼬물거리는 일로 진득한 시간을 갖는다. 바스라진 마음을 주워 모은다. 흐트러진 마음을 찬찬히 가다듬는다. 앨리스의 실수로 달걀 장군이 바닥에 떨어져 바스라진 장면이 있었다. 체스 장병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장군의 얼굴을 짜맞추었다. 합체되고 회복된다. 돌아간다. 우습게도 엉뚱한 때에, 보름 전 보았던 영화의 작은 장면이 문득 떠올라 마음을 다독였다. 옛 친구를 두 번째 만난 날. 어제는 카페 소사이어티를 보았고 두부와.. 2016. 10. 2.
관찰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며 고양이 밥을 두 그릇 챙기고 나왔는데 낮에 사무실에 들른 국장님이 밥이 다 떨어져서 사다 주었다 했다. 갈수록 먹성이 좋다. 한동안은 서서 밥을 먹고 작은 소리에도 귀를 세우며 긴장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살이 오른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서, 프린터가 돌아가든 새소리로 장난을 치든 돌아보지도 않고 오래 앉아 오도독거린다. 창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아 사무실 풍경을 가만히 보기도 한다. 잠시나마 길고양이들에게 그리고 내게도 마음을 놓는 자리가 되어 고맙다. 요즘 가장 시선이 오래 머무르는 친구들이다. 밤에는 고양이 자수를 놓고, 얼마 전 '고양이 춤' 영화를 찾아 봤다. 영화를 만든 시인의 이야기를 더 오래 듣고 싶어 '나쁜 고양이는 없다', '흐리고 가끔 고양이' 책 두 권을 구했다. .. 2016. 10. 2.
2016.9. 서촌, 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 플러스 200 이제 진짜 가을 하늘이구나 싶어 점심 대신 몽글몽글한 구름 아래 한참 앉았던 때. 종로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사직동 그 가게나 공존에서 차 마시고 들어가면 점심 시간이 딱 끝난다. 이따금 넋놓고 앉을 수 있어 아끼는 작은 골목들이 오래 오래 자리를 지키기를. 오래 오래 내 자리다, 우리 자리다 싶은 곳이 남아 있기를. 쨍한 해를 마주하고 찍으니 같은 하늘이어도 바다색. 마음이 폭 놓이는, 사직동 그 가게. 화창한 날씨인데 실내에서 찍으니 비올 것 같은 늦은 오후 색감이다.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괜찮다. 생각지 않은 색을 얻는 재미가 좋다. 사무실, 요즘 가장 반가운 길고양이 손님. 친구가 되고 싶어 조심스레 살피고 밥을 챙긴다. 사진을 엽서를 자석을 말린 꽃을, 좋아하는 것들을 덕지덕지 붙여둔다. 일하다.. 2016. 10. 1.
2016.8. 제천, 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 플러스 200 제천에서 일하는 동안 카메라를 갖고 갔지만 사무실 앞 호돌이 사진 하나 남았다. 마음이 뭐 그리 바빴을까. 더웠고 밤을 밝혔고 붐볐던 8월이었다. 몇 안 되는 사진에 지난 여름이 아스라하다. 여덟 시, 출근 버스를 기다리는 세명대 기숙사 마당. 잔디를 가로질러 뛰어가던 고라니를 잊을 수가 없다. 높은 산 숲 같은 곳곳이, 노루가 앉아놀던 제주대 잔디밭도 닮아 학교에 앉아 있으면 어린 날 생각이 많이 났다. 늘 씩씩하게 서 있는 팔팔년생 호돌이 나는 토마토가 먹고 싶었나 보았다. 2016년 8월, 제천, 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 플러스 200 2016. 10. 1.
마음 1. 일하다 졸음이 와 커피를 사러 가다가 동물병원에 들렀다. 아는 것이 없어 조심스레 물어보고 내 커피값만큼 간식을 조금 사 왔다. 아기 고양이 혼자 한 그릇을 거의 먹었다. 엄마도 오래 앉아 아기가 남긴 간식을 먹고 사료도 먹고 하품 하다 쭈욱 기지개 펴고 쉬다 갔다. 조금 살이 오른 것도 같고, 잘 먹고 눈을 마주해주는 시간도 늘어 그저 그 모습이 좋다. 아직은 섣부르지만 작은 생명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일이 참 오랜만이라 바라만 보아도 좋다. 오늘은 몸이 조금 으슬으슬했는데 창을 닫으면 고양이들이 잘 보이지 않을까봐 미뤘다. 엄마와 막둥이는 왔는데 아기 둘이 종일 보이질 않아 걱정이 된다. 내일은 꼭, 꼭, 오렴. 2. 십자수와 종이접기 책은 나누어주세요, 하고 아이가 남긴 문장에 마음이 오래 먹.. 2016. 9. 29.
가을 산책 2016년 9월, 하늘공원과 운현궁 산책. 가을밤 만든 토토로를 손에 쥐고 가을길을 허정허정 걸었다. 2016. 9. 27.
운현궁에 오랜 시간을 앉았다. 운현궁에 오랜 시간을 앉았다. 발길이 적은 뒤쪽 한곳에 오래 앉아 흐드러지게 열린 감을 보고 단청을 하지 않은 서까래를 보고 혼자 놓인 작은 아기 꽃신을 보고 노래를 들었다. 일곱 시가 되고 문을 닫을 때까지 조용히, 가만히, 납작히, 오래 앉았다.마음이 바닥에 앉았다. 아버지를 만나려고, 자전거를 타려고, 사람을 만나려고 기다리던 시간이었는데, 문득 마음이 다 바스라지는 것 같았다. 회복되지 않은 마음으로 찾고 싶지 않았다. 우울의 때를, 인정하자. 부정하면서 힘들었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인정하자. 침잠하는 시간을 수용하자. 그리고 회복하자. 바닥에 더 앉지 않으려 걷는다. 걷고 걷고 헤매는 시간이,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만큼, 길어지고 있었다. 생각을 돌리려 낯선 길을 찾았다. 오래 걸어도 돌아온 .. 2016.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