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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그인5

필사모임 한 시간 반 정도 책을 읽으면 입이 심심해진다. 형연 씨가 오렌지를 갖고 오고, 동영 씨가 사탕을 나눴다. 향긋하고 달콤하게, 향으로 맛으로 읽는 시간이 됐다. 2016.4.7. 목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 필사모임 @합정 허그인 2016. 5. 20.
필사모임 저마다 읽는 책을 갖고 와 끄적거리는 시간. 다른 사람들은 무슨 책을 읽나, 얘기듣는 시간이 좋다. 내 책을 읽고, 쓰고, 사람들의 책을 듣는다. 대여섯 권의 책을 읽는 기분이다. 고래와 돌고래가 친구가 된 동화책을 필사하는 분이 있는데, 매주 둘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기다린다. 이날은 파리 여행을 간 돌고래가 그리운 친구 고래에게 쓴 편지를 들었다. 2016.3.17. 목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 필사모임 @합정 허그인 2016. 4. 7.
필사모임 봄이 오니 사람들이 조금 더 움직여서 그럴까. 작은 방이 꽉 차게 모였다. 익숙한 사람과 새 사람의 호흡이 섞여, 어색한 듯 설렌 듯, 오늘도 잔잔한 봄밤. 2016.3.10. 필사모임 @허그인 목요일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 필사모임을 한 뒤로 소설도 시도 노랫말도 주간지도, 마음에 닿으면 베껴적었다. 필사가 버릇으로 붙는다. 연습장에 수첩에 이면지에 틈틈이 적다가 요즘은 종이컵에도 적는다. 사무실에 앉아 숫자들에 끙끙거리다가 숨고르는 틈에 한글을 꾹꾹 적는 일이 괜찮았다. 컵을 깨먹고 보온병으로 대신하다가 혀를 데어먹어서 요며칠은 종이컵으로 살았다. 그덕에 종이컵 자파리에 재미를 붙였다. 사무실 종이컵 낙서는 아쉬워도 오늘까지. 월요일엔 컵을 사 와야지. 2016. 3. 11.
필사하는 겨울 12월부터 2월 마지막 주 어제까지 열 번의 필사모임이 목요일 저녁마다 열렸다. 한 주를 빠지고 아홉 주를 채웠다. (개근을 못 해서 아쉽다.) 책을 읽고 쓰고 낭독하며 잔잔하고 따뜻한 밤을 맞았다. 여러 날의 밤 덕분에 마음에 온기가 스몄다. 별스럽지 않아도 여러 날의 흔적들로 나는 어딘가 발을 붙이고 지내는 것 같았다. 이 겨울이 괜찮았다. 끄적이는 일이 좋아 소설도 시도 산문도 노랫말도 혼자 좋은 대로 베껴 적었다. 세 달 사이 공책이 거의 찼다. 틈틈이 찍은 사진을 만지작거리다가 어디든 꼭꼭 포개두고 싶었다. 글씨 안에 겨울이 들었다. 종이를 매만지며 고마운 겨울을 오래 생각했다. 마음이 지난날보다 조금은 더 단단하다. 봄을 잘 맞을 수 있을 것 같다.2016.2.26. 백석의 선우사,시를 외고 .. 2016. 2. 27.
필사 책을 베껴쓰는 일을 좋아했다. 마음에 닿는 문장을 꾹꾹 눌러쓰며 베끼다 보면 그 문장들이 내것이 된 것 같았다. 문장을 오래 매만질 수 있었다. 내가 문장이 된 것 같았고, 나도 그런 문장을 만들고 싶었다. 토요일 밤이나 일요일 오후면 허정허정 걷다가 봄이나 콩삼이나 왓집에 가서 좋아하는 커피에, 좋아하는 문장에, 한 주를 맺고 한 주를 충전했다. 한 주의 작은 외출이 꽤 힘이 됐다. 지난 겨울부터 일 년을 손을 놓았다.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마음에 틈이 잘 생기질 않았다. 쉬는 날이면 겨울잠 자듯 긴 잠을 잤다. 철이른 겨울잠 속에서 나는 더 조용해졌고 말도 생각도 글도 잃은 것 같았다. 겨울을 그렇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책읽는지하철의 홍대필사모임에 들었다. 필사는 베껴쓰기와 같은 말인데도 어.. 2016. 1. 5.